나의 시 세계

탑골공원 종이박스 밥순번 자리

이호은 2023. 3. 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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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 종이박스 밥순번 자리

글 / 이호은



슬프구나
탑골공원에 종이박스 자리순번
어느 노인의 자리일까
자리순번에 따라
그날의 밥순번이 정해지는 종이박스자리
본인의 성을 적어놓은 박스도
그 종이박스의 자리순번 주인도
꽃같이 화려한 청춘의 날 있었을 텐데

삶이 이리도 팍팍하던가
삶이 이리도 처절하던가
늙었다 해서
저 바닥에 깔린 종이박스 신세같이
버려진 인생처럼
한 끼 식사조차 무료급식 번호표 받아
무전취식 하는 신세여야만 하는가

하루하루가
살기 위한 싸움이다
하루하루가
살기 위해 처절한 전쟁이다
어느 할아버지는
성하지 않은 몸으로 첫차에 몸을 싣고 춘천에서
어느 할머니는 남양주에서
종이박스의 자리순번이
바로 종이박스 주인의 절체절명 한 끼 식사 밥표순번이다

아 ~ 슬프다
그들 모두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해 놓은 숨은 역군이었는데
나이를 먹었다고
이런 대접을 받아야 만 하는가
어느 할머니의 얼굴,
어느 할아버지의 얼굴
바로, 나의 모습은 아닐까



- 2023. 3. 7 -
아시아경제뉴스 기사를 바라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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