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갠 오후의 수채화
글/이호은
비가 갠 하늘
푸르다 못해 파란물을
금방이라도
쏟아 놓을 것 같다
저 먼 산은
누가 옮겨다 놓았는지
코앞에 다가와
손에 잡힐 듯 하고
봄내
물오른 구상나무
힘이 나서 키를 키우고
칡넝쿨 넓은 잎은
곱다 못해 빛이난다
길 섶에
활짝 핀 코스모스는
눈부신 햇살 에
덩달아 신이나
춤을 추니
한 여름 숲에도
녹음 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비가 갠 오후
평화로움이
내 가슴을 채운다
- 2006. 7. 7 치악산 자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