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소백산 비로봉 정상에서
소백산의 오월
글 / 이호은
산은 말을 아낀다
천 년을 우거진 침묵처럼
뿌리 내린 풀과 나무 돌
그 사이로 부는 바람은
묵언의 성자처럼 스쳐간다
오월의 소백산에
붉은 피를 토해내듯
철쭉이 피었다
자연이 지닌
오래된 언어로 피었다
나는 그 앞에 선다
이름없는 산꾼의 존재로,
때로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으로
그림자를 소백에 남긴다
소백산은 묻지 않는다
누가 오는지
누가 왔다 갔는지
그저 제자리에서 오는 봄을 맞고
때가되면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오는 손님 반길 뿐이다
- 2025. 5. 31 -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