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세계

소백산의 오월

이호은 2025. 6. 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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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비로봉 정상에서

 



소백산의 오월

글 / 이호은



산은 말을 아낀다
천 년을 우거진 침묵처럼
뿌리 내린 풀과 나무 돌
그 사이로 부는 바람은
묵언의 성자처럼 스쳐간다

오월의 소백산에
붉은 피를 토해내듯
철쭉이 피었다
자연이 지닌
오래된 언어로 피었다

나는 그 앞에 선다
이름없는 산꾼의 존재로,
때로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으로
그림자를 소백에 남긴다

소백산은 묻지 않는다
누가 오는지
누가 왔다 갔는지
그저 제자리에서 오는 봄을 맞고
때가되면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오는 손님 반길 뿐이다



- 2025. 5.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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