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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이여
글 / 이호은
설악의 깊은 밤
어둠이 등을 더듬고 쓰다듬어
쿵
쿵
쿵
설악을 깨우는 등산화 발소리
그 어둠 속으로
나를 끌어들인다
비선대 차가운 물소리
마등령을 오르는 죽음의 돌계단
여기가 어디쯤일까
지난날을 소환해 본다
돌계단 지나 철계단
천상의 하늘문으로 오르는 의식인가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니
이제야 하늘문이 열린다
아~
불가의 깨달음이 이런 것일까
고행의 과정을 넘어서야
깨달음을 얻는다고
이 설악의 풍광을 맞으려
그 힘든 고행의 길을 나섰나 보다
마등령을 넘어
백두대간 공룡의 등 갈기 되어
설악을 호령하는
저 봉우리 봉우리들
나한봉
큰새봉
1275봉
신선봉을
오롯이 나의 두 발로 넘으며
그 벅찬 감동을
나의 두 눈에
뜨거운 가슴에다 담는다
동해의 푸른 물이여
백두대간 등줄기 설악이여
내 피 끓는
뜨거운 가슴 식지 않는 한
오늘 이 벅찬 감동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 2023. 8.1 -
설악 공룡능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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