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이여 글 / 이호은 설악의 깊은 밤 어둠이 등을 더듬고 쓰다듬어 쿵 쿵 쿵 설악을 깨우는 등산화 발소리 그 어둠 속으로 나를 끌어들인다 비선대 차가운 물소리 마등령을 오르는 죽음의 돌계단 여기가 어디쯤일까 지난날을 소환해 본다 돌계단 지나 철계단 천상의 하늘문으로 오르는 의식인가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니 이제야 하늘문이 열린다 아~ 불가의 깨달음이 이런 것일까 고행의 과정을 넘어서야 깨달음을 얻는다고 이 설악의 풍광을 맞으려 그 힘든 고행의 길을 나섰나 보다 마등령을 넘어 백두대간 공룡의 등 갈기 되어 설악을 호령하는 저 봉우리 봉우리들 나한봉 큰새봉 1275봉 신선봉을 오롯이 나의 두 발로 넘으며 그 벅찬 감동을 나의 두 눈에 뜨거운 가슴에다 담는다 동해의 푸른 물이여 백두대간 등줄기 설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