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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정상

대청봉을 오르며
글 / 이호은
5월에 눈 덮인 설악이라
푸르름을 시샘하나
꽃 피는 것을 시샘하나
설악이 그리워 찾은 등짐 진 나그네
그제 내린 눈에
눈 녹아 골져 말없이 흘러내리는 물이
나그네 발길 잡는 애증의 꽃인가
한계령에서
대청으로 오르는 서북주능선에서
바람이 몰고 와
머리 위에 앉은 구름이
힘드냐 묻는다
바람아
구름아
서북능선 대청으로 오르는 길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저 산아래 세상살이
눈물짓기보다
더 힘들다 하겠는가
그리워 한걸음에 달려온 설악인데
한계령 서북주능 대청봉에 올라
등짐 다 내려놓고
눈 속에 핀 앵초꽃이며 바람꽃과
눈 한번 맞춰주고
사랑 한 번 나누고
다 비우고 내려놓고 가리라
- 2024. 5.18 -
설악의 서북능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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