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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초
글 / 이호은
여름내 무더위로
조상님 묘소에 무성히 자란 잡초가
예초기 칼날에 무참히도 잘려나간다
그 옛날 낫으로 하던
손 정성 들인 벌초도 아니요
온 산이 예초기 소리만 요란하다
살아있는 자
다달이 이발을 하면서
목숨 끊어지니
숲속 외진곳에 버리 듯 모셔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일년에 단 한번 찾아와
인심쓰듯 머리깍아주고
훌쩍 떠나버리는구나
홀로 외롭고 섭섭하지만
바쁜세상에
죽은사람보다
산 사람이 우선이니 어쩌겠는가
늘 조상님께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을
말끔해진 모습 바라보며
이해해주시리라
흐르는 땀방울에 스스로를 자위한다
- 2015. 8. 30 -
조상님 묘소에 벌초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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