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세계

양 심

이호은 2018. 5. 3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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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미지 사진

 



양    심

 

글 / 이호은

 

 

 

출근길에

어느 승용차 출근족이

다 핀 담배꽁초를

차창밖으로 휙 던져 버린다

 

더운 여름날씨에

지하철에서

빨대로 빨아가며

냉커피 한잔 여유를 즐기다

빈 컵을

슬그머니 놓고 내린다

 

버스에서는

방금까지 자신의 이를 쑤시던

이쑤시개를

손가락으로 분지르는 이도 있다

 

필요 없다고

그냥 버리지도 않는다

똑 각

똑 각

똑 각

잘게 잘게

사정없이 분질러서 버린다

 

하찮은 이쑤시개지만

바로 전에까지 본인 치아 사이

이물질을 제거 해주느라

요긴하게 쓰였던 것이고,

맛있게 피워대던 담배였고

시원하게

냉커피를 담아 마셨던 컵이다

 

더러운 차는

본인도 타긴 싫겠지

지저분한 모습은

보기도 싫겠지

하지만, 본인이 청소를 안 한다고

청소는 미화원이 한다고


내 차라면

본인의 승용차라면

만인이 이용하는 버스에다

전철칸에다

길거리에다

저렇게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릴수가 있을까

 

깨끗한 환경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편은

남의 것이 아니다

본인이 주인이고

시민 모두가 주인이다

 

문화시민의

품위를 꺽어버리려는가

문화시민이라면

자신을 그렇게

쓰레기처럼

함부로 내 팽겨쳐 버리지 말자

 

자신의 손에 의해

분질러 져서

아무렇게나 나뒹글고 있는 이쑤시개도

바로, 본인의 얼굴이고

함부로 버린 쓰레기는

바로, 자신의 얼굴이자 양심이다

 

 

 

 

- 2018. 5.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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