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에서서오릉을 걸으며글 / 이호은계절 지나 찬바람 이는 초겨울날,고요한 숲길 사이바람도 걸음 숨죽여 지나는 곳,세월이 이끼 된 돌담 위로가만히 왕가의 숨결이 내려앉는다.꽃비처럼 총총하던궁중의 서슬퍼런 그 눈빛들서오릉 봉분 위 고운 흙 알갱이 되어흔적으로만 누웠구나.권세의 절정에서한순간 천벌처럼 떨어진 희빈 장씨,그 굴곡진 생애는여전히 서늘한 그림자로 잠들어 있다.하늘은 욕망과 비탄을 모두 삼켰는지오직 바람만이누구의 죄도, 누구의 억울함도말없이 쓸어가고 있구나.서오릉 흙길 따라 걷다 보니지금도 역사는 돌고 돌아서하늘 나는 권세마저 어느 높은 담장안에 갖혀 있으니남는 건 결국인간의 마음뿐임을 새삼 깨닫게 하노라- 2025.12.6 - 서오릉에서